혼자 여행하면 생기는 곤란한 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을 여행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매체에서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탈린을 꼽기도 하고 그에 맞춰 여행을 하는 내 감흥은 분명 남다를 것이다. 하지만 마냥 좋고 편한 건 아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감당해야 할 불편함이 있는데 다름 아닌 식사가 되겠다.
시청 주위의 식당을 방문하고자 기웃 거렸으나 가족이나 단체 손님들로 가득 찬 식당에 들어가 혼자 식사를 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이따금 혼자 냉동 삼겹살 식당에 들어가 혼술을 하거나, 다른 외국을 여행할 때도 심지어 뷔페까지 혼자 찾아가 시간을 보낼 정도로 남 눈치를 보진 않지만, 이곳 에스토니아에서 괜히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위축됐다.
식사를 즐기는 가족, 단체 관광객을 보며 괜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정신없이 일하는 서버를 보며 크리스마스 시즌인걸 새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시청 주위를 걷다가 어느 지하 식당을 보게 됐는데 요새처럼 꾸며져 호기심을 자극한다. 메뉴나 살펴볼 겸 살펴보니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제공하는 평범한 식당이다. 왠지 편히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지하로 내려갔다.
에스토니아 탈린의 로컬 식당, Cinnamon Restoran
만석은 아니지만 관광객의 수다로 북적한 식당에 들어가니 친절한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해준다. 코트 서비스를 우선 받았는데 나중에 계속 겪게 되지만 식당부터 박물관까지 유럽은 코트를 보관하는 곳이 따로 있거나 테이블 가까이 옷걸이가 설치되어 있다. 라트비아에서는 코트를 입고 입장을 하니 직원이 핀잔을 주며 보관소에 맡기라고 안내하기도 했을 정도다.
에스토니아인은 스몰토크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직원은 어디서 왔는지도 묻고 메뉴 추천에도 적극적이다. 앞서 핀란드부터 이곳 에스토니아까지 이렇게 프렌들리 한 직원은 처음이다.
직원은 내게 소고기 후추 스테이크를 추천해줬고 메뉴 중 '보드카불'이 생소해 함께 주문을 했다. 보드카불이 맛은 좋았지만 약간 허무했다. 보드카에 레드불을 섞은 것으로 이름만 들어도 추측이 가능했을 텐데 뭔가 새로운 술인 줄 알고 기대했던 것이다. 예거밤의 보드카 버전이었다.
미국 텍사스식의 두꺼운 스테이크를 기대하진 않았다. 내가 주문한 스테이크는 17유로로 평범한 가격에 속해 고기의 그람(g)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내 예상은 맞았다. 물론 이게 싫다는 건 아니다. 특히 버섯 소스는 자꾸 술을 부르는 맛이라 보드카불을 추가 주문했고 그걸로도 성에 차지 않아 와인을 이어 마셨다.
에스토니아 그리고 북유럽인의 주식 호밀빵과 감자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호밀빵과 감자.
핀란드에서부터 이어진 나의 여행. 그리고 이곳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그리고 폴란드까지 여행을 할텐데 이쪽 사람들은 특히 호밀빵을 즐겨 먹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평소 생각한 호밀빵 보다 더 검고 솔직히 특유의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평범하다. 호밀빵은 얼마나 흔한지 우리 식당에서 반찬 리필이 가능하듯 이쪽은 호밀빵 리필이 가능한 식당이 있고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꽤나 많았다. 물론 호텔 조식에도 늘 호밀빵은 있었다.
처음에는 입에 붙지 않았다. 아마도 한국의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의 빵에 길들여져 그런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먹어봐도 어떤 맛도 느끼지 못하겠다.
그랬던 내가 여행을 하며 호밀빵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최초 "빵 맛이 왜 이러냐?"라며 의아해 했던 내가 이제는 호밀빵이 빠지면 마치 국 옆에 쌀밥이 없는 것과 똑같은 기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북유럽, 중부유럽, 동유럽 그리고 남부유럽까지. 어딜가든 감자와 호밀빵은 기본으로 세팅이 되어 있었다. 물론 여행 마지막즈음에는 호밀빵은 괜찮았지만 감자는 입에 물려 약간 고생을 좀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감자는 한동안 쳐다보지 않을 정도인걸 보면 약간이 아니고 많이 고생했나 보다.
식당 위치(구글맵)
https://maps.app.goo.gl/aPERZ1qV8Q5GjCK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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