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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피디 세계여행/유럽여행기

에스토니아 탈린, 나의 인생 여행지를 찾다

by 체피디 2024.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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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행을 숱하게 하며 타지에서 머물고 떠나길 반복한 떠돌이 삶이지만 에스토니아 탈린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여행 후 친구들에게 에스토니아 탈린을 소개할 때 늘 이렇게 표현하곤 했다. "어린 시절, 그림책을 펼칠 때 볼 수 있는 동화 같은 풍경"이라고. 여행을 끝낸 지금 시점에서도 다녀본 나라 중 한 곳을 꼽으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에스토니아를 가장 우선 말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 탈린 올드타운

짐 정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거리를 나섰다. 호텔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탈린 (구) 시청까지 걸어서 20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데 도보로 걸으면 도시에 익숙해지는 것에 도움이 된다. 

 

유럽이라고 해봤자 이제 겨우 핀란드를 경험하고 갓 에스토니아로 온 것인데 느낌이 사뭇 다르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세트장에 방문한 기분이다. 앞으로 나는 더 많은 유럽을 여행하며 여러 도시를 둘러보는데, 그럼에도 유독 에스토니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첫인상이 강렬하다.

 

유럽 여행을 앞두고 '건축' 공부를 하면 여행이 더 즐겁다는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에스토니아 탈린에 오니 그 말이 어떤 뜻인지 비로소 알 것만 같다. 역사가 궁금해지는 다양한 건물들 사이로 돌덩이로 만들어진 거리가 펼쳐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며 은은하고 골목 구석에도 유럽의 낭만이 묻어있다. 금방이라도 옛 전통 복장을 착용한 사람들이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다.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목적지를 잊은 채 탈린 올드타운에 감동을 느끼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총과 방탄복으로 무장한 경찰을 마주하게 됐는데 그들은 러시아 국기가 걸린 한 건물 앞에서 근무 중인 듯했다.

 

살펴보니 건물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껏 본 깨끗하고 깔끔한 탈린의 거리와 다르게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알고 보니 탈린의 러시아 박물관(Russian Museum in Tallinn)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항의 메시지가 박물관 앞에 놓였다. 

 

나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당연히 반대하고 심지어 관련 일을 한 경험도 있기에 이 현장을 보는 것은 남다르다 할 수 있고 가슴은 뭉클해 벅찬 감정도 든다. 앞으로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그리고 폴란드를 차례로 방문하게 되는데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국가와 시민이 갖는 전쟁에 대한 의식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들에게 전쟁은 현실인 셈이다. 이 주제는 별도로 떼어내 따로 써보기로 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에스토니아 탈린 크리스마스 마켓

호텔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라에코야 광장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만큼 가는 길을 멈춰 세울 만큼 멋진 풍경이 즐비한 곳이 에스토니아 탈린의 올드타운은 아닌가 싶다. 라에코야 광장에 서니 에스토니아 관련 일러스트와 디자인에 빠짐없이 나오는 구 시청사가 보인다.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하는데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핀란드 헬싱키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좋았지만 에스토니아 탈린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어릴 때 만화와 영화 그리고 미디어로 접한 유럽 중세 분위기 그대로다. 물론 '중세 유럽'에 대해 정의를 낼 수 있을 만큼 깊은 이해도가 내게 있는 건 아니다. 유럽 전체의 역사와 세계사에 끼친 영향은 알고 있으나 의복, 음식, 문화 등은 전혀 모른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기분이 드는 이곳에서 배경지식이 부족해 약간의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장거리 여행만 아니었다면 이곳에서 내 지갑은 그야말로 펑펑 열렸을 것이다. 아기자기한 다양한 소품을 많이 팔고 있는데 상점 앞에서 몇 번을 고민했나 모른다. 그렇게 마켓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사람 구경을 하며, 소지해도 부담이 없는 작은 기념품을 구입하며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겼다.

에스토니아 탈린 사슴고기

거리 음식으로 소시지를 팔고 있는데 별로 먹고 싶지는 않았다. 익숙한 음식이라 조금 더 생소한 음식을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 마침 사슴고기를 파는 곳이 있어 고민 없이 주문을 한다. 가격은 17유로로 우리 돈 25,000원쯤 된다. 비싸긴 비싸다.

 

핀란드에서 사슴고기(순록)를 경험하고 싶었으나 그러진 못했고,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경험하게 됐다. 사슴고기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된 배경은 북유럽이나 캐나다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의 영향이 전부다. 그들의 주식으로 인식하게 됐고,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가급적 한식은 꾹 참고 현지 전통 음식을 경험하는 게 나의 여행에 원칙이기도 하다.

 

사슴고기는 우리의 장조림과 비슷한 식감이었다. 음식을 가리지 않기에 그저 맛있게 먹을 뿐이다. 광장에 간이 테이블이 있어서 그곳에서 현지인 틈에 섞여 식사를 즐기면 된다. 따로 먹는 방법이나 내가 모르는 양념이 있는지 사람들을 관찰하니 상점에서 빵을 성큼 집어와 함께 즐긴다. 앞으로 또 경험하게 되지만 북유럽에서 호밀빵은 거의 공짜로 주는 듯했다. 아무튼 나도 빵을 가져와 고기를 올려 함께 먹었다. 사람들을 보며 흉내 낸 것이다. 이렇게 배워가는 것 아니겠냐만. 

 

식사를 마치니 나른한 기분이 든다. 따뜻한 와인인 '뱅쇼'를 팔고 있어 주문해 마시니 몸이 녹는다. 뱅쇼도 태어나 처음 경험한 셈이다. 예전에는 굳이 와인을 따뜻하게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 있으니 모든 게 직접 경험하고 싶은 호기심 대상이다. 

 

여기까지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하고 마는데 먹방을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고 팬이라 자청하는 유튜버인 '쯔양'님이 떠오른 것이다. 이곳에 초대하고 싶은 생각이 든 이유는 왜일까?

 

하늘만 보면 밤이 깊어 보이나 서울로 치면 '이제부터 시작이지' 싶은 시간이다. 뱅쇼의 영향 때문일까? 졸음이 밀려온다. 내일을 기약하고 숙소로 향하는데 문득 든 생각이,

 

"누가 에스토니아 사람들 무뚝뚝하다고 해? 이렇게 친절한데"

 

탈린 크리스마스 마켓은 다음날도 방문하니 이 글에서 부족한 정보는 다시 채우기로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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