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무게는 나의 업보"란 말이 있다. 살며 여행을 통해 배운 점과 스스로 터득한 소중한 경험을 빌어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배낭의 무게는 반드시 줄여야 하는 것이다. 이는 인생의 무게고, 욕심의 무게가 맞다.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해 챙겨 온 것이 정작 여행 중에는 사치고
에스토니아도 인도는 너무 미끄럽다.
핀란드 헬싱키를 출발한 페리는 거친 발트해를 가로질러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향하고 있다. 면세점과 여러 시설을 구경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저 앉아서 바다 구경만 했다. 문득 발트해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앞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며 서울 어느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겠지.
세 시간 만에 에스토니아 탈린에 도착했다. 헬싱키부터 이곳 탈린까지 그 어느 순간에도 여권 검사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도 느낀 거지만 국경을 쉽게 오가는 것은 늘 부럽다.
내리자마자 멍청한 짓을 했는데 핀란드 헬싱케에서 산 'DNA'사의 유심은 핀란드를 떠나 EU국가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지만 아이폰 세팅을 잘못한 바람에 인터넷을 셀프 먹통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설정에서 셀룰러만 조작하면 될 일이다. 어쨌든 구글맵을 보며 사전에 예약한 호텔을 찾아가야 하는데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도착하자마자 유심을 사려고 근처 마트만 찾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호텔 예약을 할 때 찾아가는 길을 시뮬레이션하며 숙지한 기억이 떠올라, 중간에 길을 잃으면 시민에게 묻기로 하고 도시 구경도 할 겸 인터넷 없이 찾아가 보기로 한다. 평소 지도와 로드뷰 보는 걸 즐기는데 이럴 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곳도 제설작업은 하지 않는 걸까? 헬싱키와 마찬가지로 에스토니아 탈린도 얼음길이다. 도로 위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데 인도 위는 엉망진창이다. 눈과 얼음의 범벅으로 미끄러워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다. 과거에 얼음길에 넘어져 크게 다친 경험이 있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북유럽인은 얼음길을 걷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그들을 관찰했지만 나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덕분에 캐리어 바퀴는 눈과 얼음이 끼어 작동을 하지 않고 무거운 두 개의 짐을 들고 낑낑 거리며 걸어야 했다. 이는 결국 짐의 양을 줄여야 한다는 심각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평소 장기여행조차도 배낭 무게를 가볍게 세팅하는데 생각해 보니 겨울철 장기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옷의 무게만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지만 호텔에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탈린 항구에서 조금만 벗어나니 올드타운으로 추정되는 성이 보인다. 유럽 도시의 구성은 중심에 올드타운, 그리고 그 외의 지역으로 구분이 되며 올드타운은 대게 성곽에 둘러 쌓여 있으니 저곳이다 싶었다. 호텔은 지도에서 본 올레비스테 성당 근처로 잡아 잘 찾아갈 수 있었다.
배낭의 무게는 나의 업보?
얼리체크인이 되지 않아 짐만 두고 시내 구경을 할 법했지만 내 신경은 온통 두 개의 짐에 향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개의 배낭이 무거울 이유가 없다.
하나는 60리터 사이즈의 일반 배낭으로 기내수화물로 부치기에 늘 아슬아슬한 사이즈이긴 하다. 여기에는 주로 맥북과 카메라 등 전자장비를 넣는다. 나머지 하나는 배낭형 캐리어로 바퀴가 달린 배낭이다. 때에 따라 캐리어처럼 쓸 수 있고, 배낭처럼 사용할 수 있으나 어깨에 메고 다닌 적은 거의 없다. 여기에는 옷과 세면도구 등 전자장비를 제외한 모든 게 담겨있다.
그럼에도 서울을 출발해 이곳 에스토니아 탈린까지 오는 동안, 이대로는 장기여행을 무사히 마치지 못할 것이란 확신까지 들 정도로 스트레스가 된다. 짐을 줄이고 버릴 건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빨리 체크인을 하고 맥주를 마시며 배낭부터 정리하고 싶다.
예전에 장기여행을 했을 때는 한 개의 배낭으로 여행했으며 그 무게는 10Kg이 넘지 않았다. 위탁수화물이 없으니 항공료도 Lite요금으로 저렴하게 다니며 경비를 아낄 수 있었고, 마찬가지로 위탁수화물이 없으니 컨테이너 벨트 앞에 서서 짐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일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여름이었다. 겨울 여행은 옷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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