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든 핀란드 헬싱키를 떠나 에스토니아 탈린에 가는 날이다. 호텔에서 헬싱키 항구까지 가야 하는데 도보로 40분 정도 걸린다. 걸어갈까 하다가 쌓인 눈과 얼음까지 겹친 인도 위를 보니 도무지 캐리어를 끌고 다닐 자신이 없어 우버를 부른다.
내 인생의 첫 유럽, 굿바이 핀란드
조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체크아웃을 한 뒤 호텔 밖을 나섰다. 쌀쌀한 공기가 얼굴을 찌른다. 그럼에도 춥다고 유난 떨지 않는 이유는 원래 추위에 강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꼴에 며칠 됐다고 북유럽 날씨에 적응을 했기 때문인가.
짧지만 첫 유럽여행으로 남다른 의미로 남을 핀란드 헬싱키. 다음 행선지는 에스토니아로, 헬싱키에게 조금은 미안하지만(?) 고백컨데 인천발 헬싱키행 항공권을 끊은 시점부터 내 관심사 핀란드가 아닌 에스토니아로 더 많이 향해 있었다. 어찌 보면 에스토니아를 가기 위해 경유지를 핀란드로 정했을지도 모르겠다.
유럽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에스토니아는 예외였다. 한국인에게 낯선 이 작은 나라의 매력을 일찍이 접하게 된 남다른 사연이 있기 때문으로, 앞으로 여행을 하며 차차 글로 남기고자 한다.
호텔에서 헬싱키 항구까지 도보로 40분쯤 걸리는데 나는 우버를 호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슬라 한대가 도착했고 드디어 헬싱키 항구로 출발한다.
당황스러운 12GO 예약
대중교통 온라인 예약을 할 수 있는 12Go는 동남아 여행 때 자주 이용 했는데 유럽 일부 지역에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이곳이 익숙해 핀란드 헬싱키를 출발해 에스토니아 탈린까지 가는 배편을 예약했다. 가격은 편도 43.8유로.
이메일로 안내된 헬싱키 항구(Helsinki Port)까지 우버를 타고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느낌이 좋지 않다. 인파가 많을거라 예상해 일부로 일찍 출발했는데 거짓말 보태지 않고 항구에 나 혼자 뿐이라면 믿겠는가? 심지어 티켓 창구는 닫혀 있고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12Go사이트에 접속하니 고객센터 전화번호 따위가 있을 리가.
날짜와 시간, 항구 이름 등 몇번이고 체크했나 모른다. 항구에 큰 배가 정박되어 있는데 이 또한 내가 예약한 'Tallink Silja'는 아니다.
왠지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어 자포지가 하는 심정에 다시 핀란드의 숙소를 알아보는데 카트를 끌고 청소를 하는 직원이 보인다. 직원에게 달려가 정박된 배를 가리키며 에스토니아로 가는 배인지 물으니 직원이 역으로 당황한 표정을 보인다. 저 배는 스웨덴으로 가고, 에스토니아를 가려면 West Terminal 2로 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즉 12Go에서 내게 보낸 이메일에는 출발지가 헬싱키 항구(Helsinki Port)인데 이곳이 아니라 서부 터미널 2(West Terminal 2)로 가야 했던 것이다.
휴대폰에 구글맵을 띄워 직원에게 보여주니 정확한 위치를 검색해 내게 다시 건넨다. 차로 15분 정도 걸린다. 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둥 마는 둥 서둘러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마침 벤츠 택시가 한대 보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체면 다 구기고 서둘러 가줄 것을 부탁하고 겨우 도착한 서부 터미널 2(West Terminal 2)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수 많은 인파가 보인다. 제대로 왔다는 생각이 몸이 노곤해진다. 키오스크에 예약번호를 입력하니 아무런 문제 없이 티켓은 잘 출력되어 나왔고, 여권과 수화물 검사 절차도 없이 탑승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탑승은 어려웠을 것이다. 긴장은 안도감으로 바뀌었으나 이 과정을 통해 두 개의 배낭 무게가 상당히 신경 쓰이게 됐는데, 결국에 앞으로 여행을 이어가며 큰 마음먹고 배낭의 무게를 크게 덜어내기 시작한다.
여전히 좋지 않은 날씨, 덕분에 까맣게 보이는 발트해. 거친 파도를 뚫고 남하하는 이 배에 실려 나는 에스토니아로 향한다. 도착하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 설레인다.
귀국 후 헬싱키 항구 공식홈페이지에 이메일을 띄워 내게 친절히 안내를 해준 청소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당시 시간이 촉박해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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