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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피디 세계여행/유럽여행기

핀란드 헬싱키 하면 떠오른 이곳?! 헤비메탈 펍 방문기

by 체피디 2024.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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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오로라, 사우나, 복지 국가, 노키아, 산타클로스 그리고 광고로 유명한 휘바휘바? 하지만 나는 '헤비메탈'이 우선 떠오른다.

헤비메탈의 성지, 핀란드

클래식부터 블랙메탈까지 폭넓게 음악을 듣는다고 공연히 말하길 좋아하는데 그중 헤비메탈은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장르다. 헤비메탈 마니아에게 핀란드는 빼놓을 수 없는, 그야말로 '약속된 헤비메탈의 땅'이라 부를 정도로 성지와 같은 곳인데, 비주류 장르인 헤비메탈이 핀란드에서는 어떻게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았는지는 따로 글을 써보기로 하고 여행기를 이어가겠다.

 

헬싱키 항구에서 드론 촬영을 하고 무이꾸도 먹었다. 하지만 무이꾸가 꽤나 비려 입가심을 하고 싶었고 영하 20도의 날씨에 몸은 지쳐간다. 마침 Allas Restaurants란 이름의 카페가 보여 방문한다. 한 잔의 커피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담아 마신다. 이유는 핀란드인의 커피 사랑은 따로 떼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인데 핀란드는 1인 커피 소비량 세계 1위 국가이다.  

 

카페 밖 야외 수영장을 실컷 구경하다가 근처 우스펜스키 대성당(Uspenskin katedraali)을 찾아갔다. 헬싱키는 서울보다 작아 웬만한 명소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좋았다. 하지만 성당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고, 거듭 말하자면 추위에 몸은 쉽게 지쳐가고 무엇보다 한국과 달리 어둠이 일찍 찾아와 몸의 리듬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기분이 들어 차라리 잘됐단 생각이 들어 숙소로 복귀했다. 

헬싱키의 헤비메탈 펍, On the Rocks

두어시간 잠들고 일어나 핀란드에서 가장 기대되는 일정을 소화하려 거리를 나섰다. 보통 이쯤이면 헬싱키를 떠나 핀란드의 다른 도시를 방문할 법 하지만 나는 헬싱키에만 있었다. 오로라 투어와 산타클로스 마을을 가고 싶었으나 호텔 직원이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날씨와 관련해 이유를 말하는 듯한데 정확한 뜻을 알아듣진 못했다. 그럼에도 현지인이 저리 만류를 하니 그다지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았다.

 

어쨌든 가장 기대를 걸고 가고 싶었던 장소는 '펍' 즉 술집으로 일반 펍이 아닌 헤비메탈 펍이다. 헤비메탈이 우리의 BTS만큼 인기가 많은 곳에서 직접 경험하고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렇게 구글 검색을 하니 'On the Rocks'가 숙소에서 가장 가깝고 물(?)이 좋아 보인다.

 

핀란드 헬싱키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헤비메탈 펍을 방문해 즐기고 왔는데 내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은 대뜸 무섭지 않았냐 묻는다. 마치 덩치 큰 불량배가 외지인에게 텃새 부리며 시비를 거는 영화 속에 나오는 술집을 연상했나 보다. On the Rocks도 그랬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음악 애호가들끼리는 무언의 유대감이 있어 텃새와 시비는 커녕 그저 친절할 뿐이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기대한 공연은 오늘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구글맵만 보고 찾아갔지, 펍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방문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곳에 공연 스케줄이 안내되어 있는 걸 이제야 확인한다. 핀란드인 특유의 무뚝뚝함을 담은 직원은 나의 질문에 그저 필요한 답만 할 뿐이다. 소위 스몰토킹이 없기로 유명한 이곳. 대화조차 실용을 따지는 핀란드. 어쨌든 공연을 보지 못해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분위기는 너무나 마음에 든다. 한국에 없는 풍경이다.

물가가 비싸다. 술값이 꽤 나왔다.

몇 잔의 맥주를 마셨는지 모르겠다. 술값이 꽤 나왔다. 비싼 유로를 다시 깨닫게 됐지만 펍은 그야말로 지갑 열리기 좋은 환경이다. 선곡이 기가 막혀 마치 내 아이폰을 훔쳐본 기분마저 들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내내 흐른다. 주위를 둘러보니 술과 음악에만 젖은 사람은 나 혼자였다. 다른 손님은 맥북을 펼쳐 위스키나 칵테일을 조금씩 마시며 일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사람도 보인다. 

 

역시 헤비메탈이 일상인 곳인가?! 라며 괜히 혼자 감탄한다. 이렇듯 한국으로 돌아가면 친구들 앞에 늘어놓을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내가 헤비메탈의 성지에서 술을 마셨는데..."물론 이 자랑은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나만의 에피소드로 남을 가능성이 훨씬 높겠지만,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우리 가요가 흐르는 서울의 어느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면 왠지 감회가 남다를 것 같지 않나? 내가 그런 기분이었다. 더욱이 한국에서 한참 떨어진 이곳에서. 

 

Keep Roc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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