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을 앞두고, 어디로 갈까?
퇴사 과정이 좋지 않았기에 하루빨리 서울을 떠나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원점으로 돌리고 싶었다. 이대로 있다가 성격이 꼬일 대로 꼬여 파탄 직전까지 갈 수 있을 거란 공포심마저 들기도 했다. 시야가 트인 풍경에 놓이면 모든 번뇌가 해결될 거란 미신 수준의 믿음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 즐겨 보지 않는 여행 유튜브를 몇 개 검색해 보았다. 새로운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그런 것인데, 나는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유튜브는 그리 챙겨 보지 않는다. 그들의 '어그로'가 눈에 밟힌다. 나는 어그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미디어 총괄을 맡아 일을 한 경험 때문인데 대중의 눈길을 끄는 방법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격'과 '대중의 언어' 모두를 챙겨야 하는데 이따금 선을 넘고 싶은 유혹이 들기도 한다.
인도 여행 유튜버의 특이점
유튜브의 '여행' 장르에서 몇가지 특이점이 보인다. '인종차별', '사기', '참교육' 등 단어가 섞인 영상 제목이 우선 눈에 띈다. 아마도 그것이 인기가 높아 검색에 우선 순위로 반영이 되는걸까? 배경 장소도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까지 참으로 다채롭다.
그런 가운데 인도 관련 영상에 특이점이 보인다. 초보 유튜버들에게 인도여행은 그야말로 '떡상'의 치트키인지 유명 유튜버의 콘텐츠를 그대로 카피하는 영상들이 많다. 그건 그렇다 쳐도 인종차별 발언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이 괜히 아슬아슬하다.
14억 인구의 인도를 며칠의 여행으로 어찌 그리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그들의 말투는 분명 거슬린다. 시청자가 생각하고 판단할 여지 없이 바로 인도를 '규정' 내린다.
인도를 대한민국과 비교해 국뽕으로 아웃풋을 잡는 유튜버도 있다. 걸핏하면 본인 조차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GDP'를 마치 올림픽 금메달 순위 보듯 말하길 좋아하고, 인도에 대한 지적 배경도 나무위키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저 참고만 해야 할 내용을 전체화시켜 생각하고 대중에게 소개한다.
대한민국을 경제 대국으로 만든 윗세대의 노력과 헌신이 다른 국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헐뜯고 무시하는 데 쓰라고 그 고생을 한 건 아니지 않겠냐만. 더욱이 '경제'만 놓고 보면 한국인이 잘난 척을 하며 콧방귀 뀔 국가가 아닌데 말이다.
인도와 관련해 성범죄, 주거환경, 그리고 계급 등 다양한 이슈가 있다. 그걸 외면하고 싶은 건 아니나 대안과 참여가 없는 여행자의 지나친 간섭이 나는 싫을 뿐이다. 한마디 덧붙이면 요즘 우리나라의 뉴스를 보면 갈수록 진화(?)하는 범죄의 참혹함이 인도를 욕할 게 있을까?
이렇듯 걱정이 들면 가지 말아야 한다. 큰 비용을 들여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전혀 없다. 굳이 인도를 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몇 유튜버는 그걸 알고도 일부로 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정보 공유가 아닌, 조회수를 유발하는 것 같다.
그렇게 몇 편의 인도여행 영상을, 턱을 괴고 건너뛰기 하듯 보고 있다가 문득, "잠깐, 나도 인도를 가볼까?"
얼떨결에 인도 여행을 준비하다
사실 주위에 인도여행 경험이 있는 친구들도 많고 여행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왠지 살며 한 번은 갈 것 같은 나라로 품은게 인도이기도 했다. 어릴 때 비틀즈가 인도에 심취해 곡 작업에 영향을 끼친 이야기에 흥미를 갖기도 했고, 영화 <세 얼간이>의 배경인 인도 북부는 내 평생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아니던가. 거기에 다큐멘터리로 본 달라이라마와 티벳인들이 거주하는 지역도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 외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서울 동대문의 인도 식당을 좋아하는데 현지 인도음식은 어떤지, 미디어로 접한 대형 빨래터, 타지마할, 거리를 활보하는 소, 힌두교 문화, 낯선 외국인을 골똘히 관찰하는 인도인의 눈, 거리의 호객, 상인과의 가격 협상 등등
결국 구글맵에 들어가 인도를 본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파키스탄 등 서아시아를 눈에 담는다. 계획했던 여행 테마는 '힐링'이지만 지도를 보니 역시 나는 '고생'을 해야 정신을 차린다는 자기 합리화에 뇌가 바빠진다.
중국을 여행할 때 느낀 점이 '역시 편견은 안 좋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국민성? 민족성? 그런 게 의미가 있나 싶다. 여행을 여럿 해보니 국가의 차이 개념도 많이 무뎌졌다. 세상에는 그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만 있을 뿐이다. 인도도 마찬가지라 추측했다.
그렇게 나는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뉴델리 항공권을 알아보기 시작하는데..
(다음편에 계속)
하지만 그래놓고 왠 유럽을?!
다음 이야기
인도를 가려다가 왠 핀란드?!
'인도여행 가지 마세요'에 드는 반감긴 여행을 앞두고, 어디로 갈까?퇴사 과정이 좋지 않았기에 하루빨리 서울을 떠나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원점으로 돌리고 싶었다. 이대로 있다가 성격이 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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