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체피디 세계여행/유럽여행기

12월에 떠난 핀란드 헬싱키

by 체피디 2024. 5. 14.
반응형

크리스마스 선물로 카타르 항공에서 승객에게 제공한 캔디

여행 준비는 안 하고, 술만 마시며 보낸 시간

그간 술만 마셨다. 인도에 가겠다고 호언장담한 내가 핀란드로 간다니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찾는 사람이 많다. 항공권을 결제하고 5일 후 출발이지만 남은 시간 매일 지인을 만나 술을 마셨다. 다음날 숙취에 괴로워 하면서도, 여행 준비는 하지 않고 저녁이면 술 약속에 기어 나가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결국 급한 일은 출발 당일 아침에 모두 이루고 만다. 부랴부랴 짐을 싸는데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짐의 무게를 7kg~10kg 수준에 맞춰 배낭 하나만 메고 다니는데, 수화물을 부치고 찾는 과정이 귀찮기 때문이다. 옷 외에 필수품은 무엇을 챙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면도구나 속옷 및 각종 충전기는 현지에서 사서 쓴다. 어쩌다 누군가와 동행을 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내 차림에 역으로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생각할 때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겨울에 시작하는 장기 여행으로 꼭 필요한 옷만 챙겨도 이미 한 짐 가득하다. 거기에 유튜브에 기록으로 남기겠다며 챙긴 촬영 장비가 너무나 많다. 배낭 하나로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에 캐리어를 꺼내 짐을 분산하기에 이른다. 그 와중에도 일반 캐리어가 아닌, 배낭에 바퀴가 달린 제품을 고른다. 경험상 캐리어는 여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튼 술을 마시지 않고 진작에 짐부터 챙겼으면 편했을 일이다.

 

있으면 반갑지만, 막상 이용하지는 않는 엔터테인먼트 스크린(카타르항공)

150일의 혼자 여행 시작, 핀란드 헬싱키

분명 저녁에 출발하는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 운행 시간에 변동이 생긴 모양이다.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데, 시간을 보니 여유가 없다. 결국 6만 원의 택시요금을 내며 여행 준비에 소흘한 댓가를 치루고 만다. 6만 원이면 여행 중 할 수 있는 게 많다며 자책하고 카타르 항공 게이트를 찾는다.

 

12.8kg.

위탁 수화물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겨우 패딩과 몇 벌의 옷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기내 수화물이 문제가 됐다. 10kg까지만 반입 허용으로 무게를 2.8kg이나 초과한 것이다. 공항을 자주 이용해 본 분들은 잘 알 것이다. 이게 얼마나 많은 무게를 초과한 건지.

 

배낭에는 맥북과 카메라 등 전자 장비만 채웠는데 순간 난감해진다. 배낭을 모두 열어 위탁으로 맡기면 파손 위험이 큰 물건만 있는 것을 보여주며 호소해야 했다. 결국 카타르 항공의 직원은 다시 한번 10kg 초과는 불가한 것을 경고하며 통과(?)해 주었다. 전자 장비가 많으면 배터리 확인차 보안 검색에서도 한번은 배낭을 오픈해야 할 일이 생긴다. 드론까지 챙긴 나를 보며 너무 오버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카타르 항공은 처음 이용하는데, 비행기에 오르니 친절하고 다정한 승무원이 나를 맞이한다.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이며 전 직장에서 항공 담당 일을 했기에 감회가 새롭다. 내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는 남성 승객에게 티켓 확인을 부탁하니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빈정대며 자리를 옮긴다. 보통이라면 빈정거림에 응하는 태도를 나 또한 보였을 텐데 여행 시작부터 사소한 일로 기분을 잡치고 싶지 않았다.

40대 남자가 하지 말아야 할 것. 셀카

 

좌석에 앉으니 역시 무릎이 앞자리에 닿는다. 몸집이 큰 편이라 비행기를 타면 늘 겪는 불편이다. 경제적 여유가 닿으면 더 좋은 자리에 앉아 편히 갈 수 있겠으나 큰 걱정은 들지 않는다. 어느 곳이든 머리가 닿으면 금방 잠에 빠지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유지인 카타르 도하까지 약 13시간을 가야 한다. 부디 중간에 단 한 번이라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기도해야 했다.

 

살며 비행기를 숱하게 이용했지만, 이륙 전의 설렘은 달라지지 않았다. 엔진소리가 거칠게 들리고, 기내가 흔들리며, 지상과 수평을 맞춘 창밖 풍경이 기울어지며 이 거대한 비행기가 하늘로 향한다. 

 

내 인생 첫 유럽 여행, 내 인생 첫 핀란드 여행, 앞으로 펼칠 여정에 어떤 일이 생길지, 지금 이 나이에 일을 하지 않고 여행하는 건 옳은 일인지, 설렘과 두려움의 공존, 그럼에도 뜨거운 가슴. 어두운 창밖 풍경을 보고 생각에 잠길 그 때는 2022년 12월 22일. 

 

잠깐 호텔 예약 했어?

다음 이야기

 

카타르 도하에서 핀란드 헬싱키까지

월드컵 여운이 남은, 카타르 도하나는 비행기 안에서 예민하지 않다. 기내식도 맛있게 먹고, 좀처럼 승무원을 호출하는 일도 없다. 어딘가에 머리만 대면 금방 잠이 드는 능력도 갖춰 장거리 비

chepd.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