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여운이 남은, 카타르 도하
나는 비행기 안에서 예민하지 않다. 기내식도 맛있게 먹고, 좀처럼 승무원을 호출하는 일도 없다. 어딘가에 머리만 대면 금방 잠이 드는 능력도 갖춰 장거리 비행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체격이 큰 편이라 어쩔 수 없는 불편은 따른다.
두번에 걸쳐 제공된 기내식을 먹고 더는 잠이 오지 않아 전자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니 13시간 장거리 비행의 끝이 보인다. 함께 고생(?)한 승무원께 인사를 건네고 비행기 밖을 나선다. 이제 카타르 도하에서 약 5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카타르 월드컵이 폐막한지 며칠 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공항내 구경거리가 있을거란 기대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님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곳곳에 BTS 정국이 참여한 Dreamers가 흐르고 귀여운 마스코트 '라이브'도 보인다. 하지만 공항을 구경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었다. 호텔 예약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 대책 없이 여행한 내가 원망스럽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카타르 도하의 아침이 밝아오고 헬싱키행 핀에어를 타기 위해 이동한다. 티켓 확인을 하고 버스를 이용해 비행기까지 이동하는걸 리모트(Remote)라 부르는데, 뭐가 이리 크고 넓은지 내가 느낀 체감으로는 10km는 족히 넘는 거리를 이동한 것 같았다.
카타르에서 핀란드로
그렇게 핀에어에 오른다. 특이점은 승무원의 인종이 달라진 것으로 그들이 핀란드인인지 알 수는 없지만 큰 키의 백인 여성 승무원이 인사를 건넨다. 비행기 기종 역시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무릎이 앞 좌석에 닿지 않고 작은 공간이 있다. 카타르항공 보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인천에서 도하까지 올 때는 밤이었지만 도하에서 헬싱키로 이동은 낮 풍경이다. 이 역시 기분을 좋게 하는 작은 역할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을 정도로 인상 깊었는데, 도하에서 헬싱키로 이동 중 창밖의 풍경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나무 한그루 없는 바닷가를 낀 산맥이었다. 이곳은 알고보니 이란이었다.
기내식을 먹고 창밖 풍경만 보며 앉아있었다. 기내 스크린에 도착 예정 시간이 안내 되고 있다. 잠시 후 특별히 계획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인생 버킷리스트를 운운하며 꼭 가보고 싶은 대륙으로 생각하지도 않던 유럽에 도착한다. 일주일도 안걸린 시간 동안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여행이 이뤄졌다. 모든게 낯설고 설렌다.
그래놓고 그 날 저녁. 유럽에 오길 잘했다고 눈오는 날 똥강아지 마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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