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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피디 세계여행/유럽여행기

핀란드 헬싱키 반타 공항, 편도로 입국한 나의 운명은?

by 체피디 2024. 5. 16.

섬네일

카타르를 떠나 핀란드로

카타르 도하에서 출발한 핀에어(Finair)가 약 7시간 30분 만에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했다. 살며 많은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핀에어가 가장 편했다고 기록으로 남긴다. 좌석의 안락함 그리고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우 훌륭했다.

 

착륙 후 창밖 풍경을 보니 주위는 온통 눈으로 덮여있다. 12월의 북유럽, 그 중심에 놓인 기분이 그저 좋기만 하다. 남들은 추운 서울을 떠나 동남아 휴양지로 떠나는데 나는 더 추운 곳으로 온 셈이다. 여전히 이 행보에 의문이 들지만, 왠지 이게 나 답다. 그놈의 청개구리 심보. 

 

그나저나 편도 입국이라 걱정이 조금 든다. 영어를 못하기 때문인데 아니나 다를까 내 심사는 길어진다. 재밌는 건 이럴 때 묘한 영어 방언이 터지고 긴장도 하지 않으며 차분해진다.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핵심은 당황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의 질문도 업무 매뉴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예상 질문을 떠올리며, 분명한 답만 하면 된다. 캡처해둔 호텔 예약 바우처와 여행 계획을 설명하니 그제야 여권 도장을 찍어준다. 

 

곳곳에 한글 안내도 보이는 입국장을 빠져나온다. 이제 진짜 핀란드 헬싱키 여행으로, 이건 내 인생 첫 유럽여행이다.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고 우리나라의 김포공항 정도 규모로 보이는 공항 구경부터 해본다. 곧 크리스마스라 아이들과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산타도 보이고, 예쁜 장식도 눈에 띈다. 

 

헬싱키 반타 국제공항은 작고 아담했다. 수익과 예산 대비 굳이 인천공항 수준으로 확장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미 퇴사했지만 항공 행정을 담당했던 직업병이 여기서까지 도진다. 여행을 즐길 생각은 안하고 괜한 생각에 사로 잡힌 것이다. 

 

충분히 둘러보고 마켓에서 DNA사의 심카드를 구입했다. 헬싱키에서 구입한 유심은 앞으로 슬로베니아까지 몇달 간 사용하게 된다. 결제는 해외에서도 환전 없이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다며 당시 광고를 엄청나게 했던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카드를 사용했는데 결제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따로 유로를 인출하지는 않았다. 

 

핀란드 반타 공항에서 헬싱키 중앙역까지

심카드를 바꾸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정보를 우선 찾는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기에 우선 기차를 타고 중앙역에 가기로 한다. 기차 타는 곳은 공항 지하에 있었는데, 앱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지만 직접 부스에서 티켓팅을 하고 싶었다.

 

이유는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카드를 한번 더 사용하며 카드 사용 범위와 가능을 한번 더 체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카드를 여행 중 메인으로 쓸건데 어떤 문제가 생겨 사용하지 못할 경우가 있진 않을까? 그런 걱정 때문이다. 훗날 이야기지만 카드 때문에 오스트리아에서 큰 곤욕을 치렀다. (오스트리아 편에 썰을 소개하기로 하고...)

 

직원이 상주하는 창구는 없고, 키오스크가 있다. 구매 과정이 어렵지 않았다. 비유를 하자면 맥도널드의 키오스크 보다 더 쉽다. 그렇게 헬싱키 중앙역까지 가는 티켓을 끊으니 잠시 후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선다. 처음 보는 형태의 낯선 기차와 좌석 배치를 보며 한번 더 서울을 떠나 이곳에 온 것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핀란드인의 모습이라 하면, 이들도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는 것. 

 

하지만 나는 창밖 풍경에 눈을 고정했다. 이동 중 본 핀란드는 광야에 마른 나무와 쌓여 있는 눈만 있을 뿐 그 어떤 레이어도 보이지 않는다. 늘 핀란드를 떠오르면 '쓸쓸'과 '고독'을 우선 생각한다. 학창 시절부터 핀란드 출신의 헤비메탈 뮤지션을 좋아했는데 그들의 앨범 테마와 아트를 보면 참으로 어둡다. 이런 환경에 놓였기에 그토록 쓸쓸한 음악 톤과 감성을 만들어 낸 것일까? 

 

(물론 핀란드는 헤비메탈뿐이 아닌 다양한 장르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뛰어난 뮤지션들이 많고 음악만 놓고 보면 유럽에서 변방은 아니다.)

 

조기 헤비메탈 교육(?)으로도 유명한, 약속된 메탈의 땅 핀란드

 

기차는 반타 공항에서 출발한지 약 30여분 만에 헬싱키 중앙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찌 된 게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은 나뿐이다. 돌이켜 보면 오는 내내 다른 인종도 보지 못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중국인과 인도인을 마주치지만 동양인은 나 혼자 뿐이다. 그래서일까? 제대로 여행을 왔다는 생각만 든다. 조금 더, 보다 더 낯선 곳을 탐험하고 싶은 내 욕구와 맞아 떨어진다. 

 

시계는 오후 다섯시를 가리키고 있고 숙소까지 도보로 20분이 걸린다. 캐리어의 바퀴를 힘차게 끌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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